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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자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관련 도서는 터부시 된 탓에 정보를 얻기 힘들다.

그러나, 꽁꽁 싸매기만 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나누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얻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자살 관련 에세이들은 둘로 양분화 되어 있다.

자살을 다루는 사람, 자살충동을 겪는 사람.

독특하게 이 책은 이 둘을 통합하고 있다. 저자는 제목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자살 성향을 가지고 있는 심리학자이다.

첫 장부터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자살 사고와 충동을 덤덤하게 털어놓는다.

(이건 매우 드문 일이다. 자살은 마치 바이러스, 혹은 얼룩과 같다. 전염될 것 처럼 두렵고,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 만으로도 사회와 선이 그어지고, 우울하고 다른 사람이라는 편견에 갇힌다.)

자살 관련 사고, 충동을 경험만 한 사람이 아니라,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Speciality로 이를 논한 사람은 정말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다양한 심리학적 논문 근거 + 철학 및 종교에서의 대답 + 유전 생물학적 입장에서 동물 자살과의 비교까지 넓고 해박한 저자의 지식에 놀랐고, 최대한 균형있게 이를 다루려는 태도가 좋았다.

자살은 충분히 다뤄지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말려야 하는 것, 이기적인 것, 정신병, 나쁜 것으로 치부되는데, 실제로 그것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도깨비나 외계인이 아니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와, 내 친구, 내 주변 사람들이다. 

특히 자살은 복합적이고도 복잡한 과정이기에 더욱 다양한 사례와 상황, 각자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해야 한다라는 판단과 의도를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현생을 살아가는, 자살 충동, 자살 사고, 자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시대와 상황, 개인에 따라 어떻게 수용하고, 사고하는지, 주변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 다루는지를 이해하고 알려주는 책이다.

 

여러 사례가 나왔지만, 개인적으로는 싱가포르의 빅의 사례가 인상깊었다. 자살자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선택하는 사람이다. 자살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한 개인이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과정을 빅의 일기를 통해 바라볼 수 있어 마음이 아팠다. 또한, 자신은 놓는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의 소중한 친구에게는 끝까지 격려와 지지의 말을 남기며, 다른 선택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순되면서도 공감이 갔다.

 

곳곳에 숨어 있는 현자들의 말 역시

은근한 위로가 된다.

수많은 어두운 밤을 언제든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위로받은 니체.

자살 충동이 이는 동안에는 죽지마라는 에드윈 슈나이드먼.

 

그리고 무엇보다 자살성향인 저자를 자살 충동에서 한 걸음 물러서게 해주었던 말

"다 별 거 아냐, 다 별 거 아냐, 다 별 거 아냐."

내가 미미해지면서 의미가 있게 되는 아이러니.

 

자살 성향 혹은 자살 사고를 감히 주변에 말할 엄두도 못내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에 이를 다뤄야 할 사람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도 있다고.

그냥 억누르기만 하다간 터질 뿐이며,

너와 같은, 비슷한 혹은 조금은 다를 수 있는 사람들도 이렇게 존재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