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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애착장애

출처 : Pixabay

관계는 늘 어렵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외로워진다.

그러나 관계에는 책임이 있어 그것을 일으켜세우고 유지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걸 고려하면,

그냥 외로움은 품고, 이대로 살아가야지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마치 십자가를 등에 맨 예수와 같이 외로움을 등에 매고 오롯이 걸어 간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는 관계를 안 맺는 게 아니라, 못 맺는 게 아닐까?

내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상대방에 먹힐까봐 두려워 그 사이 거리를 유지하는 게 늘 어렵다.

모두가 사랑을 원하지만, 정작 바라는 사랑을 가질 수 없는 시대.

그 의문의 배경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정서가 불안정하고, 자해하며, 풍족해도 항상 허덕이는 느낌.

현대의 기이한 병을 다양한 병명으로 설명하려 해도 딱 들어맞지 않는데, 오직 "애착"이라는 실마리가 나왔다.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도 꿋꿋하게 살아낸 아이들이 있느가 하면, 물질적 지원이 풍부함에도 애정에 허덕이며 비틀거리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있다.

단순히 Care가 물질적, 객관적 수준이 아닌 정신적, 주관적 관점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야 안정애착으로 커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 개념 자체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아서 애착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어른들이 또 부모가 되고, 받은 적 없는 것들을 돌려줄 수 없기 때문에 덜한 애착관계가 형성되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국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애착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 게 인상 깊었다.

사람은 기쁨과 만족을 주는 체계가 있는데,

 첫째, 배불리 먹거나 성적으로 흥분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엔도르핀 등 내인성 마약이 분비되면서 생기는 쾌감 : 가장 기본적인 기쁨

 둘째, 보수계 :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작용하여 대뇌 선조체(자발적인 움직임의 선택과 시작에 중요한 역할)의 측좌핵(동기 및 보상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보상체계)이라고 부르는 부위에서 도파민이 분비될 때 쾌감. 일반적으로 어려운 목적을 달성해냈을 때 분비 > 간혹 마약으로 악용

 셋째, 애착. 옥시토신. 사람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피부끼리 닿았을 때 흥분보다는 편안함이 밀려온다.

 

 현대 사회에서 기본적인 욕구는 채워가지만, 애착으로 얻을 수 있는 편안함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성공과 성과에 매달리는 게 아닐까.

 

애착이 불안정할 때는 크게 두 가지로 나오는 것 같다. 너무 붙거나, 너무 떨어지거나.

많은 현대인들은 아마도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 이게 디폴트인 줄 알고 살아가는 것 같다.

혹은 원인도 모른 채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 감내하며 살아가거나.

 

그렇다면,

어릴 때 형성되어야 할 애착(보통은 4살까지)을 이제와서 어떻게 할 수 있나? 별 수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나?

직접 임상현장에 있었던 저자는 경계성 인격장애, 섭식장애, 의존증, 비행 등의 사례에서 개선된 경우를 대개 세 가지 경우로 분류했다.

하나는 부모(혹은 부모를 대신하는 존재)가 필사적으로 개인하면서 부모가 완전히 바뀌자 자기도 바뀐 사례.

또 하나는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을 만나 안정된 사례.

마지막으로 본인이 진짜 밑바닥까지 경험하고 나서야 단념했다는 사례.

 앞의 두 사례는 안전기지 확보해서 애착이 안정되는 경우로 매우 운이 좋은 사례. 마지막 사례는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고 자기가 변하려고 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하는데, 단념해서 뭘 어떻게 했다는 건지는 아쉽게도 나와 있지 않다.

 

애착장애 극복을 위해 저자의 나름의 제안은 재활훈련과 비슷하게 해야 한다는 것.

어떤 형태로든 의지할 것(안전기지)을 찾고, 필요를 알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안전 기지를 찾는 게 제일 어려운데, 스스로 안전 기지가 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전 기지란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피난처이자, 쓰러질 것 같을 때 곧바로 손 내밀어 안아줄 존재.

안정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과해서도 안되며 적당성과 공감성이 필요한데,

독특한 점은 정서적 공감성보다는 인지적 공감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인지적 공감성은 정신화 능력으로 정신화 훈련을 통해 키워질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상대의 시점에서 상대의 기분과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상대의 말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든지 과잉반응한다는지 하는 악순환을 멈추고 상대의 사정을 헤아려 보거나 객관적인 관점을 이해하는 것. 불안정한 애착과 연결된 이분법적 인지 등 자기를 괴롭히는 반응과 행동 유형에 변화를 주는 것.

간혹, 치료에서 어릴 때 부모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게 됐을 때, 마법처럼 화해가 되는 사례에서 진행되는 방법인 듯 하다.

 

목차를 봤을 때보다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목차를 봤을 때, 이거다 싶었다는 거 자체가 기대가 높았다는 거고,

여러 아픔과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대안의 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나아질 수 있다는 점.

그 와중에 절망스러운 건 모두가 지뢰같은 세상에서 과연 안전 기지를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스스로 안전 기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매우 낮은 현실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