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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노력 중독

이미지 출처 : Pixabay

멍 때리면서 하루를 보내본 적이 있는가?

 

가끔 주말에, 특히 일요일에 종종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그냥 숨만 쉬고, 밥 먹고, 누워 있다 저녁쯤 슬슬 산책 좀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집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금, 토에는 휴일에 신나서 뭐라도 하나 더 해보려고 아둥바둥 대는데,

일요일에는 다시 또 월요일이 온다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그렇게 보낸다.

마치 통 안에 바들바들 떨다가 얼어서 누워버린 햄스터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특히나 코로나 터지고 난 후로는 대면 약속도 확 줄어서

더욱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밤 9시쯤

되게 자괴감이 몰려온다.

뭐라도 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쓰레기처럼 보냈네.

하루를 이렇게 날려 버렸네.

이러니까 내가 안되는 거야.

결국에는 망한 내 인생의 이유까지 찾게 되는데.......

 

문득

왜 이렇게까지 휴일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배되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사실...

나 정도면 되게 열심히 살고 있는 편 아닌가.

정당한 노동의 시간을 채우며, 세금 꼬박꼬박 내는 이 시대의 모범 세입자인데

왜 나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나.

그리고 내가 부유하지 못한 건 내 인생의 결과는 맞는데

이게 온전히 내 잘못일까?

학창시절도, 대학시절도, 직장시절도

단언컨대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와 업무를 마감 안에 마치려 노력했고, 쳇바퀴같은 그리고 압박해오는 일들을 대부분 포기하지 않고 완수했다.

그런데도 왜 나는 나를 탓하고 있는가

내 현재 상황이 내가 게을러서 인가, 노력하지 않아서 인가.

도대체 어떤 노력을 내가 했어야 하는 건가.

분노가 서서히 불을 지펴갈 때쯤.

내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은

노력한 만큼

보상해주지 않는다.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건 나의 바람일 뿐.

가난과 성공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건 비논리적이며, 비합리적이다.

인생은 학창시절의 성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성적마저도 가정환경, 유전, 학습 경험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데 그 마저도 개인의 노력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잘못된 전제 속에서 나를 괴롭힐 필요가 없다.

사회의 기준보다 내 만족, 내 행복, 내 기준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내가 노력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그걸로 된 거고, 생산적인 것들로 하루를 채워야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가 나를 인정하고 격려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뭐가 중요하겠나.

 

노력하지 않은 나를 탓하지 말고, 

노력할 방향과 방식을 탐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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