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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죽고 싶을 땐,

잘난 척 하는 건 아니고,

이런 저런 조언들 다 모아 봤어요.

 

그냥 이런 게 필요할 때가 있더라구요.

 

 

사는 게 지겹고, 앞으로 살 날이 너무 멀고 기대되지 않을 때,

내맘대로 되는 게 없어서 이거밖에 내 뜻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때,

까만 터널 속에서 끝이 안 보일 때,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타인으로만 느껴질 때,

아침에 눈 뜨고 싶지 않을 때,

밤에 이대로 잠들어버렸으면 할 때,

해야 할 건 많은데, 하고 싶지 않을 때,

살아가는 게 버거울 때

지구의 종말이 지금 당장이라도 왔으면 할 때

길가다 갑자기 사고가 나는 상상을 하게 될 때,

하루이틀 쉰다고 이 무너진 마음이 다시 성을 쌓을 거 같지 않을 때,

어떠한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

혼자인 것만 같을 때,

그리고 계속 혼자일 것만 같을 때,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것 같을 때, 

어떠한 욕망도, 욕구도 들지 않을 때,

그냥 눕고만 싶을 때,

더는 이 한심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때,

 

 

  • 돈을 써보자. 먹는 거든, 입는 거든, 경험하는 거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아니더라도, 예전에 바랬던 것들을 끄집어 와서 지금 해보자. 어차피 돈은 이 세상에서만 의미가 있다. 뭐가 아깝나.
  • 기대치를 낮춘다. 그냥 숨쉬고, 똥싸고, 물 마시고, 눈만 깜빡거리는 것만으로도 장하다. 내가 짐승같을 지라도... 맞다. 나는 포유류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데 지금은 이것만 해도 잘하고 있는 거다.
  • 샤워를 한다. 인간은 관성의 동물. 샤워하면 밖에 나가는 매뉴얼이 장착되어 있다. 일단 샤워하고, 그러다 마음 내키면 좀 걷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러 가고, 바람도 좀 쐬고. 일단 따뜻한 물로 샤워한다.
  • 선택은 내가 할 수 있다. 지금이든, 1일 후든, 3일 후든. 두려워하고 있는 이벤트가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냥 귀찮아서라도 하루 정도 기한을 늘린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통제력이 생긴다. 급할 건 없다.
  • 지금까지 안해봤던 것들을 시도한다. 직장인이라면 연차를, 학생이라면 땡땡이를. 그냥 오늘은 내 맘대로 해본다. 뭐 딱히 안해도 좋다. 그냥 집에만 있어도 좋다. 그렇게 성실하게 살 필요가 없다. 지금은.
  • 오래 전 끊긴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잘 지내냐고. 니가 생각났다고. 못했던 말이 있다면 그냥 한다. 지금 내게는 체면이고, 가식이고 다 무의미하다. 이 기회에 꼭꼭 눌러왔던 말을 전한다.
  • 요새 자주 듣는 말이다. 부모님이 있을 때까지만 기다리겠다고. 남겨진 사람들은 직접적인 피해자다. 어떠한 광경이 펼쳐질 지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는다면 쉽게 닿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해결되는 게 없더라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어쩌면 지금까지 나를 붙잡고 있는 사람들의 슬픔은 예방할 수 있다. 결정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 휴가휴가휴가휴가휴가. 번아웃은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부친다. 일단은 쉰다. 우선순위가 바뀌어서는 안된다. 내가 가장 중요하고, 퍼포먼스/ 주변의 평가/ 성취/ 근태 이런 건 그 다음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휴가를 쓴다.
  • 병원에 간다. 인간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존재다. 이런 변화가 낯설고 갑작스럽다면, 일단 병원을 가보자. 한국은 유난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짙다. 그런데 알고 있나? 코로나 이후 정신건강의학과는 당일 진료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아픈 거 보다 약먹는 게 낫다. 간혹 기록 남을까봐 안간다는 사람들 보는데, 본인이 요청하면 공개되지 않은 코드로 치료 받을 수 있고(돈은 더 든다), 개인정보는 쉽사리 공개되지 않는다. 보험회사는 더더욱. 그리고, 공개된다 손 치더라도 내가 나아지는 게 훨씬 낫다. 내가 없는데 보험이 무슨 필요? 가장 가까운 곳이 제일 좋으나, 간혹 의사와 케미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괜히 상처만 더 받을까 염려된다면 병원비교앱을 통해 미리 정보를 얻고 선택하는 것을 추천.
  • 심리상담을 받는다. 그게 무슨 소용있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심리상담은 정도의 차이일 뿐 무조건 효과가 있다.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누고, 깊이 느끼고, 나를 애정하는 시간이 어떻게 효과가 없을 수가 있나. 다만, 검증된 곳으로 가기를 바란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인하우스 상담센터 혹은 주변 상담센터 등 잘 안보이지만, 의외로 많다. 어디로 가야할지 너무 막막하다면,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자격증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경험자로 말하지만, 상담은 받을수록 좋다.
  • 잘하지 못하더라도 가성비가 떨어질 거 같더라도 하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해본다.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글 쓰기, 댄스 등 간혹 뭔가를 잘 못할 거 같아서 시작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어차피 특정 분야에서 돋보이기는 누구나 성공은 힘들다. 그냥 내가 그 행위를 하는 게 좋으면 된다. 취미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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