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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가성비 인간

이미지 출처 : Pixabay

성인이 된 이후로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하여

가성비를 중심으로 두고 선택을 해 왔다. 

 

너무나 당연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매우 적합한 생활 방식이지만,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내 뇌와 몸 속에서는 이미 디폴트로 자리 잡은 거 같아 슬프다. 

전에는 가성비를 고려하여 선택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최상의 가성비대로 행동하고 말한다. 

 

예전의 나는 소설을 즐겨봤다.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러저러한 일들로 엮이는 게 재미있었다. 

가끔 상상치도 못한 전개에는 어쩜 이런 생각을 할까라며 탄복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는 더이상 소설을 읽지 않는다. 

독서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양식들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경제 관련 서적, 현실 기반 사회 분석 등 어떤 책을 고를 때 그 기준은 지금 현생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해나갈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주제에 집중한다. 

 

이제는 소설 쪽 코너로는 돌지도 않는 내 모습을 보며

취향이 바뀐 걸까. 먹고 살려고 내가 나를 바뀐 걸까 싶은 의문과 씁쓸함이 몰려온다. 

 

나라는 존재에서 나의 취향, 나의 선호가 중심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내 정체성과 역할에 부여되는 요건들을 맞춰나가는 거 같다. 

물론 그 기준의 충족은 끝이 없어 매달리지만 지친다.

 

독서의 즐거움 마저 "가성비"에게 자리를 내 준 거 같다. 

책을 읽어도 교과서 읽듯 나중에 써먹으려면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왜 나는 책을 읽는 걸까....

잘난 척하려고? 아는 척 하려고? 본업에서 가장 빠르게 경로를 찾아내려고?

 

가성비 인간이 효율적인 거 같지만은

개성 없이 기성 인간이 된 거 같다. 

지혜 대신 지식만 축적하며, 방향성 없이 무작정 정보만 모으고 있는 기계같은 인간

감수성과 창의력, 호기심은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졌는데, 이제서야 나는 그 것들이 그리워진다. 

다시 나는 찾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예전의 내 장점은 창의적이고, 다른 사고라 여겼는데, 

이제 보니, 똑같은 과제를 가장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해결해 내려고 노력하는, 

심지어 자동으로 가성비가 셋팅 되어버린 사회인이 된 것만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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