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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미친 X 분노에는 객관적 관찰자 태도

나는 성격이 순한 편이다.

정확히는 사회적 상황에서 순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누군가 나에게 공격적으로 말해도

그 순간에는 참았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오해가 있었든, 화내는 당사자의 개인 사정이 있었든

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사회 생활에 미성숙해보일 거 같고, 왠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게 싫었다.

쟤는 미친 X 처럼 날뛰어도 나는 성숙한 어른처럼, 후에 트집 잡힐만한 일이 없게

오히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수에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과는...

최소한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최악은 함께 싸워서 일이 커지는 것.

 

몇 번의 경험을 거치고 나서도 여전히 그게 더 옳은 방법이라고 여겼는데,

문득 공허해졌다.

 

정작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내 기분이 나빠졌다는 거다.

내가 저 사람이 아무렇게나 지 마음대로 화내도 되는 사람인가?

나의 태도가 저 사람에게 저런 행동을 하도록 허락했나?

 

같이 달려들어 싸우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의 행동이 매우 무례하며,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알려줘야 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친 X 널뛰기에는

말 수를 줄이고, 상대방 눈을 빤히 쳐다보며, 최소한의 말만 한다.

얼굴에서 감정을 지우는 게 포인트.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나중에 집에 가서 이불킥할 행동이라는 걸

지금 당장 보여주고 느끼게 하도록 했다.

 

그러고 나니,

최소한 내가 나중에 집에서 "한마디 해 줄 걸, 참지 말 걸, 팩트로 따질 걸." 이라는 후회는 남지 않더라.

 

감정은 느끼고 인지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고 억압해서는 안되는 것.

다만 행동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찾은 가장 최선의 방법은 미친 X 놀음에 참여하지 않으며, 밖에서 관찰자의 모습으로 내 할 일만 하는 것.

더 좋은 방법을 찾을 땐, 다시 업데이트.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될 상황은 안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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