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격이 순한 편이다.
정확히는 사회적 상황에서 순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누군가 나에게 공격적으로 말해도
그 순간에는 참았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오해가 있었든, 화내는 당사자의 개인 사정이 있었든
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사회 생활에 미성숙해보일 거 같고, 왠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게 싫었다.
쟤는 미친 X 처럼 날뛰어도 나는 성숙한 어른처럼, 후에 트집 잡힐만한 일이 없게
오히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수에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과는...
최소한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최악은 함께 싸워서 일이 커지는 것.
몇 번의 경험을 거치고 나서도 여전히 그게 더 옳은 방법이라고 여겼는데,
문득 공허해졌다.
정작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내 기분이 나빠졌다는 거다.
내가 저 사람이 아무렇게나 지 마음대로 화내도 되는 사람인가?
나의 태도가 저 사람에게 저런 행동을 하도록 허락했나?
같이 달려들어 싸우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의 행동이 매우 무례하며,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알려줘야 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친 X 널뛰기에는
말 수를 줄이고, 상대방 눈을 빤히 쳐다보며, 최소한의 말만 한다.
얼굴에서 감정을 지우는 게 포인트.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나중에 집에 가서 이불킥할 행동이라는 걸
지금 당장 보여주고 느끼게 하도록 했다.
그러고 나니,
최소한 내가 나중에 집에서 "한마디 해 줄 걸, 참지 말 걸, 팩트로 따질 걸." 이라는 후회는 남지 않더라.
감정은 느끼고 인지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고 억압해서는 안되는 것.
다만 행동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찾은 가장 최선의 방법은 미친 X 놀음에 참여하지 않으며, 밖에서 관찰자의 모습으로 내 할 일만 하는 것.
더 좋은 방법을 찾을 땐, 다시 업데이트.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될 상황은 안왔으면 한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지랖을 부리고 난 후, 후회 (0) | 2021.11.06 |
---|---|
죽고 싶을 땐, (1) | 2021.10.25 |
노력 중독 (0) | 2021.10.04 |
가성비 인간 (0) | 2021.09.28 |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0) | 2021.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