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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연극] 완벽한 타인

연극 완벽한 타인을 보았다.

영화를 진짜 재밌게 봤다. 서치처럼 큰 돈은 들어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 안에 인간 심리가 얽혀 있고, 반짝 반짝한 아이디어들로 가득했다.

연극이 먼저였다는 정보를 알고, 한국에서도 시연되기만을 기다렸다.

이탈리아 원극은 언어의 한계로 볼 수 없으니까. 그리고 문화가 다를 거 같아 한국 문화 패치가 필요했다.

편하게 즐기고 싶어요.

외국 이름은 그대로라 기억은 안나지만,

극을 볼 때는 워낙 캐릭터들이 살아 있어서 파악하기 어렵진 않았다.

다만, 내가 기억을 못 할 뿐.

좋았다.

재밌었다.

일단 내용 검증하고 들어갔던 거고, 연극만의 매력을 기대했다.

영화보다는 친절하지 않았지만, 그 여백의 미를 내 상상과 해석으로 채워 넣는 즐거움이 있었다.

남이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보다는 내 생각, 내 마음을 더 볼 수 있는 게 좋다.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관계를 노력하는 사람. 본인의 본능에 충실하며 원하는 것만 취하는 사람.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자기에게는 관대한 사람.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다고 믿고 있지만, 그 신념이 변화하는 사람, 모든 걸 해주지만, 원하는 단 하나를 주지 않는 사람. 그리고 그 하나만을 원하는 사람. 나 자신 그대로 살아가려 그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려는 사람.

나는 그 안에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얽히고 얽힌, 복잡하고 내로남불인 상황 속에서 믿을 건 본인 뿐이구나.

질리면서도 현실적이었다.

"완벽한 타인"이라는 한글 패치가 적절하다.

나는 타인이 될 수 없고, 타인도 내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 완벽한 타인들이다.

각자의 존재로 얽혀 있지만, 내 감정/행동 외에 타인에게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네 커플 속에서 은근한 비교와 동질성.

누구나 결점과 고민을 안고 살지만, 타인은 완벽해보인다.

그걸 부러워하면서도 까보면 별 게 없구나. 정도의 차이일 뿐, 우선순위의 차이일 뿐 완벽한 개인은 없다. 완벽해보이는 타인만 있다.

마지막 결론은 영화와 같았다.

다른 결말을 기대하기도 했는데

음...솔직히 그 결말이 현실적이긴 하다.

진실은 꼭 알아야 행복한 걸까. 인생과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다면, 그 안에서 적당한 만족과 틀을 안고 가는 게 현재로서는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마음이 갔던 캐릭터는 박은석이 연기했던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성형외과 의사.

가장 선하고 좋은 사람. 자신의 방식대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켜가고자 하는 어쩌면 가장 단단한 사람.

비겁하게 핑계를 대지 않는 캐릭터.

근데 그런 캐릭터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게 아이러니.